[책과 나무]/읽은 책 밑줄 치기

D.W. 그리피스 , 에리히 폰 스트로 하임 , 라울 월쉬 , 킹 비더 , 하워드 혹스 , 헨리 킹 , 투펜 마 뮬리 언 , 윌리엄 A. 웰먼 , 윌리엄 와일러 , 도로시 아 즈너 , 프레스턴 스터지스 , 미첼 라이 슨 , 빌리 와일더 , 프리츠 랑 , 로버트 시오드막 , 자크 투르 뇌르 , 돈 시겔 , 조셉 H. 루이스 , 안드레 드 토스 , 샘 페 킨파 , 새뮤얼 풀러 , 로버트 알드리치 , 존 밀리 어스 , 피터 예이츠 , 일레인 메이 , 클라우디아 웨일 , 바바라 로든 , 아벨 강스 , 루이 델뤽 , 장 엡 슈타인 , 빅터 쇠 스트롬 , 지가 베르토프 ,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 세르게이 파라 자 노프 , 오타 르 이오 셀리 아니 , 키라 무라 토바 , 알렉산더 소쿠로프 , G.W.팝 스트 , 레..

P 님 의 숙원 사업 30 편 ( 2000 ) / 요나스 메카 스 [ Re ; Voir 요나스 메카 스 블루 레이 수록 ] ( 1969 ) / 요나스 메카 스 [ Re ; Voir 요나스 메카 스 블루 레이 수록 ] ( 1974 ) / 베르나르 케이 잔 [ 2021 년 강릉 국제 영화제 상영 ] ( 1998 ) / 장 뤽 고다르 [ 2022 년 서울 아트 시네마 상영 ] ( 1982 ) / 마르 가리다 코르 테 이루 ( 1976 ) / 안토니우 헤이스 , 마르 가리다 코르 데이 루 [ 2018 년 서울 국제 실험 영화 페스티벌 상영 ] 28. ( 1978 ) / 기 드보르29. ( 1971 ) / 홀리스 프램튼30. ( 2003 ) / 장 샤를 피투시

전사가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 파리 떼들이 우선 발견하는 것은 그의 결함과 상처이다. 그들은 그것을 빨아 대며 앵앵거리며, 죽어 간 전사보다 자신이 더 영웅이라고 득의 양양한다. 그러나 전사는 이미 죽었으므로 그것들을 쫓아 버리지 못한다. 이리하여 파리 떼들은 더욱 앵앵거리며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불후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죽어 간 전사보다 훨씬 더 무결점이기 때문이다.확실히 그렇다. 누구도 파리 떼들의 결함과 상처를 발견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결함이 있어도 어쨌건 전사는 여전히 전사이며, 파리 떼는 여전히 파리 떼에 불과하다.물러 가라, 파리 떼들아! 비록 날개가 있고 앵앵거릴 주둥이가 있다고 해도 너희는 영원토록 전사를 초월할 수는 없다. 이 벌레들아!* 노신 문학회, 「전..

승미가 팔을 괴면서 내 쪽으로 돌아누웠다. 승미의 숨에서 끈끈한 옥춘 냄새가 났다. 긁어줄까? 승미가 물었다. 수련방 창호 밖으로 방안보다 옅은 어둠이 흘러다니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윗옷을 다 벗어봐. 나는 티셔츠를 끌어올려 목 위로 빼냈다. 대중실 쪽의 흐느낌 소리는 끊어질 듯 계속 이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차갑고 뭉툭한 것이 몸에 닿았다. 승미가 내 등줄기를 긁어내려갔다. 금방이라도 오줌이 나올 것 같아서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좋아? 응. 얼마만큼?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스무 개입 키세스 초콜릿 한 봉지만큼. 겨드랑이를 지나 팔뚝 안쪽을, 허리를 지나 골반과 허벅지를. 여기도 좋아? 응. 얼마만큼? 투게더 아이스크림 한 통을 앉은자리에서 다 퍼먹은 것만큼. 몸이 나른하..

30p - 31p 진아씨가 냉동실에서 꺼낸 비닐 팩 뭉치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진아씨를 보았다.그러니까, 그냥 한번 벗겨본 거라는 그 남자랑, 아이 앞에서 자기 와이프를 진아야, 진아야아아아! 하고 소리쳐 부른다는 그 남자랑, 발기만 되고 사정을 못해서 할 때마다 사람 진을 다 빼놓는다는 남자, 항문이 아니면 하기 싫다고 졸라대는 남자, 자기 뜻이 안 받아들여지면 이상한 장막을 치면서 주말마다 온 가족을 불편한 분위기로 몰아넣는 남자, 서윤이 아버지인 남자, 자기 면도기로 겨드랑이 제모를 하면 개정색을 한다는 그 남자랑 살려고, 질 타이트닝 시술 후기에 정보 좀 달라고 댓글로 구걸을 했어?"숨막혀서 더 못 있겠어, 진아씨. 에어컨 틀 거 아니면 다음에 얘기하자.""그냥 있어."식탁..

내가 책을 어디까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 과잉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있는데, 한창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망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던 시절,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만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떄문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다'를 쓸 일이 더 많은 거야!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정상인 거야!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ㅡ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부디 가부장제의 자장이 최대한 덜 미치는 곳에서 즐겁게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했다.명절을 앞두고 여자끼리, 특히 서루가 기혼이라는걸 아는 여자끼리 주고받는 명절 인사는 이리도 조심스럽고 걱정이 앞선다. 마냥 즐거운 명절이 되리라 전제하기는 참 어렵다. 여성들의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명절'은 단순히 여성에게 부과되는 명정 가사노동량 때문만이 아니다. 직접 겪든, 간접적으로 건너 든든, 가부장제라는 질긴 악습의 잔재를 집중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철저히 남자들 중심으로 돌아간 이 이벤트에서 여성은 불평등에 굴복하거나, 어나 선까지 타협하거나, 맞서 싸우며 거부하느라 저마다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제사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제사'를 찾아보면 "신령이나 죽..

그날 M의 교실에 간 건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그런 내 성향과 행동 패턴을 고려했을 때 내가 M에게 자주 가야겠다고 먼저 알아서 생각했을 확률은 전혀 없었고, 생각했다고 한들 어차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가지 말았어야 했다. 책임지지 못할 일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그게 '시작'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 때,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긴 선을 그리려 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었어야 했다. M은 끝내 오지 않은 내가 너무 미워서 전학 가는 걸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복수한다며 '메롱'을 의미하는 혓바닥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그 그림은 편지 전체에서 유일하게 M답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게 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