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 김혼비 -7

2024. 8. 26. 18:13

 내가 책을 어디까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 과잉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있는데, 한창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망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던 시절,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만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떄문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다'를 쓸 일이 더 많은 거야!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정상인 거야!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ㅡ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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