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무]
p147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표현하고 싶은 무수한 욕망과 감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 개인의 이성과 지혜가 이를 억누르고 만다. 하지만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사람의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또는 글쓰기가 사람들에게 두 갈래 인생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하나는 현실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허구의 길이다. 이 두 가지 길은 건강과 질병의 관계와 같아서 하나가 강대해지면 다른 하나가 필연적으로 쇠약해진다. 내 현실에서의 삶의 길이 갈수록 평범해지는 것은 허구에서의 내 삶의 길이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p68 서양 문ㅇ명은 니체가 살았던 19세기까지 적어도 1,500년 동안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오던 신본주의 가치들로 구축되어 왔지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서양 사람들은 일찍이 캔터베리 대주교 안셀무스가 에서 신으로 규정한 "최고 본질, 최고 생명, 최고 이성, 최고 행복, 최고 정의, 최고 지혜, 최고 진리, 최고 선성, 최고 위대, 최고 미, 최고 불사성, 최고 불변성, 최고 복락, 최고 영원성, 최고 권능, 최고 일자성과 같이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들을 추구하며 살아 왔습니다.
p64 유발 하라리는 다가오는 시대를 호모 데우스의 시대로 규정했습니다. 호모 데우스 시대란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과학을 통해 슈퍼 휴먼이 된 극소수의 부자들이-마치 올림푸스 산정에 사는 그리스 신들처럼-'불멸','행복','신성'을 누리며 사는 시대를 말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70억 사람들 모두가 그런 초인간들이 만든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조종당하며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계급, 곧 호모 유스리스로 사는 시대지요.
p48 당연히 크고 작은 부작용과 흔적을 남겼지요. 우리가 지금도 접할 수 있는 예로는 당시 작곡된 윌리엄 메릴의 , 해리 포스딕의 , 헨리 반 다이크의 , 제임스 로웰의 같은 찬송가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찬송가에는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형제애, 전쟁 포기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긍정적 측면이 나타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앵글로색슨 테제에 부응하려는 팽창주의적 선교관이 은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종교적 팽창주의 내지 제국주의 흔적은 주로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파된 기독교 문화 곳곳에도, 예컨대 공격적 포교 및 선교 방식 등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p46 그것은 자유주의 신학이 19세기 말에 북미 대륙으로 넘어가서-개인의 구원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던 서구에서와는 전혀 달리-사회복음운동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악과 부조리를 청산함으로써 불의한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 워싱터 글래든, 프랜시스 피바디 같은 목회자들이 주도한 이 운동은 아동 노동 폐지, 노동조합 결성, 빈부격차 해소, 여성참정권 부여 등 사회제도 개선과 정치 개혁을 위한 기독교 내의 사회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언제나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기 마련이지요. 왜냐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존 피스크와 복음파동맹의 총간사로서 이 운동을 조직화한 목회자인 조시아 스트롱 같은 사회복..
p41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바울과 세네카 그리고 칼빈의 관계입니다. 테르툴리아누스와 히에로니무스가 전한 말에 따르면, 바울과 세네카는 서로 아는 사이였고 편지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사실일까요? 남아 있는 서신이나 확인되 증거는 없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 근거는 남아 있습니다. 4세기에 만들어진 라는 편지 모음집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후에 누군가가 바울과 세네카의 저작에 나오는 문구들을 빌려 와 만든 위작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 안에는 두 사람이 얼나나 같은 생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p34 그런데 15세기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이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외쳤을 때, 그것이 과연 무엇을 뜻했을까요?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것은 단순히 헬리니즘을 부활시키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헬리니즘과 헤브라이즘, 바꿔 말해 그리스 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러기 위해 그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 이야기를 융합하여 하나로 만들려는 웅대하지만 무모한 이상까지 ㅍ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