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경으로, 레이첼 헬드 에반스 -2

p179 ~ 182

 

젊은 시절 내가 알고 있던 성경 은 여러 면 에서 의심 을 불 러올 수밖에 없었다 . 미국식 복음주의 가 내게 성경 에 대한 건 전한 애정 과 존 중심 을 심어 준 것은 사실 이다 . (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책 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 )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성경 에서 기대 해서는 안 될 것을 기대 하라는 그릇된 가르침 도 주었 다 . 그 가르침 에 따르면 , 성경 에는 모순 이 전혀 없고 언제나 참 된 세계관 이 존재 한다 . 그리고 이 세계관 을 통해 우리 는 기후 변화 가 사실 인지 , 왜 하나님 이 세상에 고통 을 허락 하시는지 , 어떻게 결혼 생활 을 원만 하게 유지 하며 아이들 을 순종적 으로 키울 수 있는지 와 같은 , 일상 에서 맞닥 뜨리는 모든 문제 에 대 해 명확 하고 보편적 인 답 을 찾을 수 있다 . 결론적 으로 , 내가 배 운 성경 은 일종의 인생 지침서 이자 천국 에 가는 법 을 알려 주 는 필수 교과서 였다 . 그 당시 나의 성경 은 어떠한 오류 와 모순 도 있을 수 없는 논리적 완전체 였으며 온갖 정치적 , 사회적 이 슈 에 관해 믿을 만한 답 을 주는 만물 박사 였다 .

그 결과 , 나는 보수적 인 기독교 대학 을 졸업 하면서 미국 의 역사 와 경제학 , 각종 성 이슈 , 과학 , 정치 , 대중 문화 에 대해 나 름 성경 적인 관점 을 갖췄다고 생각 했다 . 하지만 문제 는 대부분의 경우 이런 성경 적인 관점 을 뒷받침 한다고 외웠던 성경 구절 들이 사실 은 특정한 사상 - 대개 정치적 으로 보수적 인 사상 - 에 유리 하도록 선별 된 것이라는 점 이다 . 이러한 사실 은 졸업 후 , 나와 다른 투표 성향 과 신앙관 과 예배 판 을 견지 하면서도 필요할 때면 언제나 성경 구절 을 인용 하여 자신 의 견해 를 변호 하는 독실한 기독교인 들을 만나면서 더 분명 해졌다 . 과학과 여 행 , 문학 , 그리고 다른 신앙 과 배경 을 가진 사람들 과 의 접촉면 을 늘려 갈수록 이전 에 ' 성경적 ' 이라고 간주 했던 입장 들이 이 제 는 더 이상 감정적 으로나 지성적 으로 옹호 할 수 없는 주장 으 로 변해 갔다 . 실례 로 , 내가 배웠던 ' 성경적 ' 경제학 의 토대 는 바울 이 데살로니가 교회 에 내렸던 지침 곧 " 일 하기 싫어하는 사람 은 먹지 도 말라 " ( 데살로니가 후서 3:10 ) 는 구절 이었는데 , 가 난한 사람 을 위한 경제적 정의 를 요구 하고 일할 수 없는 소외 계층 을 돌보 라고 말하는 다른 성경 구절 들을 무시 하지 않는 한 그런 경제학 에 ' 성경적 ' 이라는 말 을 붙일 수 는 없을 것이다 . 지 역 무료 건강 진료소 에서 자원 봉사 를 하면서 나는 약값 을 감당 못해 끔찍한 질병 을 안고 살아야 하는 환자 들 과 함께 여러 번 울어야 했다 . 이 경험 은 의료 제도 에 관한 한 시장 에 맡기는 것 이 유일한 성경적 해법 이라고 믿었던 내 생각 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다 . 결혼 생활 을 시작 하자 , 남편 에게는 가장 이라는 왕관 을 씌워 주는 대신 아내 에게는 가사 와 양육 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 하는 ' 성경적 결혼 의 원리 ' 가 현실 과 는 너무나 동 떨어져 있다 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실제로 우리 부부 는 상하 관계 가 아닌 동반자 관계 에 더 가까웠 는데 , 건강한 결혼 생활 을 위해서는 그런 관계 가 더 적합 했다 .

각자 다른 상황 에 처해 있는 사람들 에게 항상 동일한 처방 만을 내리는 인생 지침서 같은 성경 은 복잡 다단 한 현실 에 전혀 맞지 않는다 . 실제로 내 주변 에는 우울증 이나 불안감 , 중독 으 로 인해 전문 적인 상담 이나 약물 치료 가 필요한 상황 임에도 성 경이 치유해 줄 것이라는 말만 듣고서 오랫동안 괴롭게 살아 가 는 사람들 이 부지기수 다 .

나는 언제나 성경 을 더 많이 읽을 수록 더 명쾌한 견해 를 갖게 될 것이라 기대 했다 . 하지만 침실 탁자 위에 『 속죄 에 관한 네 가지 견해 』 , 『 지옥 에 관한 세 가지 견해 』 , 『 진화 에 관한 다섯 가지 견해 』 , 『 동성애 에 관한 네 가지 견해 』 같은 책 들이 어지 럽게 쌓여 갈 때 ,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 성경 의 권위 에 기대어 말하는 사람들 사이 에서도 성경 의 메시지 는 언제나 명백한 것 이 아니라는 것을 . 사실 수천 은 아닐 지라도 수백 개 에 달하는 기독교 교단 이 존재 하는 것을 볼 때 , 이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 다 .

가톨릭 사회 학자 크리스천 스미스 는 이런 현상 을 “ 해석 다 원주 의 의 유행 ” 이라고 불렀다 . 그는 성경 을 진리 라고 믿는 사 람들 사이 에서조차 성경 의 가르침 에 관한 다양한 해석 과 적용 이 존재 하는 현실 을 지적한 것이다 . 이러한 현실 에서 성경 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생 의 청사진 이며 , 신자 들이 언 제나 신봉 할 수 있는 완벽한 가르침 이라는 주장 에 선뜻 고개 를 끄덕 이기는 어렵다 .

스미스 는 자신 의 책 『 마스터 하기 불가능한 성경 』 에서 다 음 과 같이 적고 있다 . " 아무리 선한 의도 를 갖고 최선 을 다해 성경 을 이해 하려고 해도 , 사람들 은 가장 핵심 적인 주제 에서 조 차 서로 다른 가르침 을 얻는다 . "

죄 고백 이나 회개 , 가난 하고 억압 받는 자 들을 위한 정의 , 이웃 사랑 , 이방인 을 향한 환대 같은 주제 들이 성경 에서 반복 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이지만 , 이것을 어떻게 요즘 시대 의 결혼 생활 이나 공공 정책 , 일상 적인 의사 결정 에 적용 할지는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 시 , 이야기 , 편지 , 예언 등 다양한 문서 로 이루어진 책 의 내용 을 몇 가지 항목 으로 보기 쉽게 정리 하기 란 쉬운 일 이 아니다 . 따라서 몇 개의 선별 된 구절 을 나침반 삼아 인생 의 항로 를 정하려 한다면 , 길 을 찾기 보다는 잃을 가능성 이 더 농후 하다 .

현대인 들은 일단 내비게이션 에 목적지 를 입력 하고 나면 기본 적인 상식 과 직감 을 아예 무시 하는 경향 이 있다 . 내비 게 이션 의 상냥한 목소리 가 기존 에 알지 못하던 출구 로 안내 하기 나 현수교 한가운데서 유턴 을 하라고 시키는 일 이 발생 하는데 도 말이다 . 인기 리에 방영 된 「 오피스 」 라는 코믹 시트콤 에서 정 말로 이런 상황 이 벌어진다 . SUV 를 타고 출장길 을 나선 마이 클 과 드와이트 는 내비게이션 만 믿고 가다가 길 에서 벗어나 호 수 에 빠져 버린다 . 마이클 은 그 와중에 도 " 내비게이션 이 맞다 고 ! " 라고 소리 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