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장편<오식(五食)>

2017. 12. 4. 17:13

오식(五食)

구조

1.일상세계 (10)

: 팍팍한 직장생활

2.모험에의 소명 (10)

: 엄마가 절에서 사고침. 형사들이 찾아옴

3.소명의 거부 (10)

: 바쁘다는 핑계로 안감.

4.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10)

: 전등축제. 사찰 큰스님

5.첫 관문의 통과 (10)

: 회사에서 짤림, 정치적 희생양

6.시험,협력자,적대자(10)

: 붙어준 스님, 무뚝뚝하고 거칠고, 냉정함

7.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접근 (10)

: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다시 나타남

8.시련 (10)

: 어릴 때 죽은 장애동생의 상처가 드러남

9.보상-한줄기 빛 (10)

: 다훈쟁애소녀 민희를 만나고, 요리학교를 만듬.

10.귀환의 길-정면대결 (10)

: 지역갈등이 최고조로 이름

11.부활(반전)-빛으로 각성 (10)

:인희는 음식을 만들어 뷔페로 초대함

뷔페를 망치려고 했던 용역과 지역주민들

12.영약을 가지고 귀환 (10)

:인희 혼자 음식을 끝까지 만든다.

주민들은 오지 않았지만, 그 지역 아이들이 몰려와서 같이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

 

차례

일식. 호박죽

이식, 검은깨 샐러드

삼식, 우엉 찹살전

사식, 호박굴림만두

오식, 삼색찹살전별무침

육식, 삼색떡국

 

 

더운 여름 8월 초순

남들은 다 여름휴가를 떠났다

은정은 회사에 혼자 남아서 수 평 남짓하는 공간에서 억지미소를 띄며 안내 업무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은정은 편의점에서 3,600원짜리 도시락을 사서 먹는다

계약직 여직원 사무실은 또 에어컨이 고장 났다. 보수실에 얘길 해도 요지부동이다.

 

어젯밤에 동거했던 남자친구가 떠났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은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서 과일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문다.

달달한 맛이 기분이 좋아야하는데, 단맛도 은정의 기분을 달래진 못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흡연장으로 갔다.

담배를 하나 문 순간, 전화가 왔다.

엄마...받고 싶지 않지만 받아야한다.

그런게 가족이다.

-곗돈이 어쩌구 저쩌구, 앞집 미용실 여편네가 동네 물을 흐리고 다닌다.

 

미용실의 개수가 동네의 수질 오염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은정은 잠시 딴 생각을 했다.

 

슈퍼마리오가 공주피치를 납치했다.

아니지, 반대다 멋진 꽃미남 쿠파가 공주 피치를 납치했다.

나이를 먹고 수염이 거무튁튁한 슈퍼마리오가 연장을 챙겨 하수도로 내려간다.

 

그 좁은 하수도 구멍에 사람들이 계속 내려간다.

곗돈을 들고 도망가는 여편네가 들어가고, 그리고 그 뒤를 엄마가 쫒아간다.

 

-은정아! 은정아!, 왜 대답이 없어?

-...다 듣고 있었어.

-이번 주에 한번 내려와, ?

-...엄마 나 지금 올라오래. 미안~

 

!

은정은 다 타버린 담배를 버리고.

 

퇴근하는 길.

친구 원희에게 전화가 왔다.

-전등축제 오늘이 마지막인데 안갈 거야?

-난 좀 피곤해

-야 나도 어제 야근했어

-8시 반까지 나와

 

기집애. 은정은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문다

 

은정과 원희는 청계천에 전등축제에 나가서

은정 뽀로로 전등, 용 전등, 로보캅 폴리 전등 등 다양한 전등이 보고

 

-은정아. 나 어제,저거 보니깐 생각이 나는게 있어.

야 너 무슨일 있어? 왜 빨리 얘기해봐

-. 별일 없는데.

-없기는. 이거 완전 맛이 갔구만

-...

-무슨일 인데. 빨랑 언니한테 털어노라구

-아 재낸 이렇게 어두운 밤에도 진짜 밝다. 진짜 신기하지 않아?

뭐를 넣었나?

 

원희는 듣다가 갑자기 군것질 파는 곳으로 간다.

-은정아 빨리 와봐. 이거 먹어봐.니가 좋아하는 호박죽이다

 

일식(一食)

:호박죽

레시피

팥과 찹살가루를 넣은 호박죽

 

은정은 호박죽을 한잎 넣고, 플래카드를 본다.

진관사 사찰음식, 50대 보살아주머니들과 비구니 스님 한명이 부스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추운 겨울, 시골 분교의 한 학교

 

국민학교 2학년 한교실, 나무로 때는 난로가 가운데 있고, 여자 선생님은 교편을 내리치고 수업이 끝난다.

 

여자선생님

-야들아. 좀 조용히 하고 있어, 다음 시간은 미술시간인거 알고 있제? 준비물 없는 놈들은 다 종아리 부여잡고 있어라.

 

쉬는 시간.

 

은실이는 우리반에서 가장 키가 크다. 남자아이들보다 크고, 매우 짧은 단발 머리에, 옷은 대충 입었고, 웃음도 크다. 성격은 매우 착했다. 나는 가끔 은실이가 정말 9살인지, 초등학교 2학년인지 의심이 갔다. 하지만 은실이에게 물어보는게 미안했다. 아직 친해지지 않았는데, 괜히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은실이는 점보 지우개를 칼로 자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아이들이 와서 은실이의 지우개를 하나씩 가져갔다.

은실이는 다 터진 큰 손으로 깨끗한 점보 지우개를 조각조각 냈다.

아이들은 지우개를 가져갔다.

 

-은정아. 너도 이거 가져

-나도? 난 괜찮......

-이거 니꺼야.

 

은실이는 미술시간에 종아리를 맞았다. 그 흔한 스케치북도 없었고, 물감도 없었다.

은실이는 연실 한 개와 지우개 뿐이였다. 그런데 왜 은실이는 지우개를 같은반 급우들에게 나눠졌던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묻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실이가 맞을 때마다, 내 종아리가 아팠다.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프기 싫었다.

 

석원이는 항상 은실이를 괴롭혔다.

-야이 거지년아, 거지년아

은실이는 다른 놀림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석원이가 부르는 거지년에는 거칠게 싫어했다.

그럴수록 석원이는 더 심하게 놀렸다.

은실이는 그 놀림을 받고 나서 그 큰머리를 작은 책상에 묻고 울었다.

선생님도 은실이를 편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석원이 편을 든건 아니지만, 그건 마찬가지였다.

은실이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은실이는 원래 그런 아이였다.

 

원희가 말했다

그 새끼 뭔데 여자애한테 거지년이래. 아주 개새끼네.

은정이 말했다

-한번은 석원이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

석원이네는 그 동네 가장 큰 포도과수원이 있었거든...우리 동네 포도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했지. 솔직히 기억나는건 포도는 과수원에서 몰래 따먹어야 한다는 거지만.

시골 마을에게 이상하게 석원이는 신식건물이였어. 그래서 내가 다른 친구집에 놀러가지 못한 이유였던거야.

왜냐면 다른 친구들 집에 가면... 그런거 있잖아...국사 역사책에 나오는 그런 집, 구한말 시대같은 느낌.

웬지 무섭기도 하고.

내가 한번은 아침을 일찍 먹고, 한 친구집에 놀러가기로 했거든. 그런데 내 기억에 해가 질때까지 그 친구에 가지도 못하고 돌아왔어.

집도 찾기 어려웠지만. 산을 몇 고개나 넘어야 했거든

 

-진짜 멀긴 멀었나 보네. 근데 그 친구랑 친했어?

-아니. 기억도 안나. 그 친구가 누군지.

 

-어쨌든 석원이네 놀러갔는데, 거기서 은실이를 만난거야. 은실이는 여전히 크고 이쁜 웃음을 보여줬어.

 

석원이는 은실이가 자기집 옆에 다 허물어가는 판자집에서 산다고 했다.

은실이 아빠가 왜 없는지는 또 은실이 엄마는 석원이네에서 어떤일로 해주고 품을 받는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건 은실이는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 내가 괜히 석원이네를 놀러가서 은실에게 큰 실례를 한 것 같았다. 은실이는 개의치 았았다.

오히려 나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난 핑계를 대고 나왔다.

그때, 은실이 엄마가 나왔다.

-은실아 누구니?

-엄마, 우리반에서 나랑 젤 친한 친구 은정이야

-그래? 들어오라고 해. 같이 밥먹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거절하면 점보지우개를 가져간 내가 더 미워졌다.

은실이 엄마는 호박죽을 내 왔다.

세삼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원형상에 호박죽은 알루미늄 그릇에 담겨왔다.

 

작은 창문으로 햇빛이 따스하게 비췄다.

전에 호박죽을 먹어본적은 있었지만,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중에 나랑 맞지는 않았 음식중 하나였다.

호박죽을 입에 넣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맛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은실이의 환한 미소와 은실이 엄마의 곱슬거리가 내 마음을 기분좋게 했다.

 

집에 돌아오고, 나는 석원이가 싫어졌고, 미웠다.

석원이도 은실이의 점보지우개를 받았고, 나도 받았다. 나는 나를 더 미워하기 싫었고, 힘들었다. 석원이네를 두 번 다시 놀러가지 않았다.

 

포도 수확철이 되고, 석원이네가 밤중에 찾아왔다.

석원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깜깜한 밤중에 관사까지 올 일이 없었다.

엄마와 아빠는 매우 감사해 하며 포도상자를 받았다.

 

나는 포도를 싫어했다.

그 이후로 다시는 포도를 입에 대지 않았다.

포도를 볼 때마다 석원이가 생각나고,

잘려진 은실이의 점보지우개 생각나고,

은실이가 생각나고, 은실이 엄마가 해준 호박죽이 생각난다.

 

은정은 호박죽을 먹다가 목이 메었다.

은실이 때문은 아니였다. 그냥 목이 메였고, 눈물이 죽에 뚝뚝 떨어졌다.

 

 

 

회사의 아침은 평온하다.

은정이 느낄 수 있는 이 평온은 아무도 없을 때 가능했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느끼는 이 짧은 30분과 퇴근 후 30분의 평화는 유일하게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은정은 옷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이마에 땀을 닦아 냈다.

 

눈을 감고, 휴대폰을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드르륵, 드르륵.

정말 생각도 없고, 매너도 없는 년놈은 누굴까? 은정은 핸드폰을 봤다. 개인전화도 아니면 회사 인데, 여기도 이 새벽에 일을 시키는건 참 해도해도 너무한 곳

 

-은평서 강력계. 이한동 경사입니다.

-. 무슨일이시죠?

-최현옥씨 따님이신가요?

-.

-은평서에 한번 와주셔야 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절에서 절도건으로 고발되시고, 도망치셨습니다.

-? 전 첨듣는 얘긴대요.

-긴 얘긴 한번 오셔서 듣죠, 언제 오실 건가요?

-제가 지금 근무중이여서요

-그렇군요. 그럼 시간 잡히시면 알려주세요

-아니. 그리고 전 엄마...아니 그여자랑 연락 안한지 3년이 넘었어요

-간단히 참고인으로 조사하는거니 잠깐 와주세요

-모르겠네요.

 

담당 매니저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핑계를 댔다.

몸이 너무 안좋아서, 오늘은 반차를 써야겠다고.

요즘 매출도 안좋은데, 박차장의 압박이 심하다, 도대체 이렇게 애사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냐.

이래서 여자들이 유리천장, 유리천장 하는데, 도무지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은정은 속으로 수없이 싸대길 날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빨리 경찰서에 가야한다.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잘 오셨어요

형사는 심하게 불편하지도 않았지만, 친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공무원 조직의 공무원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는 절까지 가서 보살 아줌마들과 계를 했다. 물론 첨부터 그런 곗돈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보살 아줌마들과 화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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