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비극의 원인>

[사본]

<한국 기독교 비극의 원인>

요즘 유대칠 선생이 쓴 『대한민국철학사』(이상북스, 2020)을 읽고 있다. 페친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130~131쪽엔 ‘한국철학’의 자격에 대한 집요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 질문들을 보면서 한국 기독교의 비극의 원인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글을 기독교 버전으로 수정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이란 공간에서 일어난 고난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관계가 없다. 제주 4·3의 비극과 여수·순천 10·19 비극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관계가 없다. 한국전쟁에서 있었던 그 많은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무관하다. 전태일의 분규의 불꽃과 박종철·이한열의 아픔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무관하다. 자본주의의 잔혹함 가운데 거리로 몰린 노숙자들의 슬픈 풍경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무관하다. 2014년 세월호의 비극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관계가 없다. ……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이 잔인한 학벌사회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무관하다. 자살로 목숨을 포기하는 이 땅의 민중들, 그 외로운 죽음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상관없다. 지금 이 땅에 가득한 그 많은 고난의 순간에 등 돌린 기독교는 예수와 관계가 없다.”(pp. 130~131)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론, 구원론, 기독론 등이 이 땅의 민중들이 당하는 고통과 관계없이 논구되는 것이 위기의 원인이 아닐까? 성경통독을 하면 할수록, 영성이 깊다고 하면 할수록, 신앙이 독실하다고 하면 할수록 이런 고통에 무감하고, 나아가서 이런 고통을 끌어 앉으려고 버둥거리는 사람들을 '좌파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위기의 징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