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차역

2018. 6. 12. 16:12


[1961년 1월 초]


수잔과 채덕진은 결혼 기념일을 한달을 남겨두고 있다.


1년 전 결혼식을 바쁘게 진행하면 신혼여행을 가지 못 했다.


채덕진의 기말시험이 끝나면 방학을 맞이하여 친정에 가면서 근교로 신혼여행을 하기로 헸다.




채덕진이 평소보다 늦게 집에 들어왔다.


늦게 들어 오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미 배가 만삭인 수잔은 배를 만졌다.


덕진의 표정이 무거웠다. 밥을 먹었는지 물어봤지만 수잔의 대답에 덕전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외투를 벗고, 씻고 나온 덕진은 조선어로 쓰여진 종이를 꺼냈다.


수잔은 조선어를 전공한 덕분에 명령서를 읽을 수있었다.


덕진의 귀국 명령서였다.



수잔은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곧 얼굴에 웃음기를 띄며  ‘나도 갈꺼야’라며 짧게 대답했다.


덕진은 그런 수잔을 보며, 배를 어루만졌다.


그래 같이 가자



[1961년  1월 말]



베를린 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덕진, 


정장과 사각케이스 가방을 든 그의 친구들이 하나둘 씩, 기차에 탔다.


그럼 북에서 다시 보자


덕진은 시계를 보았다. 기차는 굉음을 내며, 역사를 빠져나갔다.


집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간 덕진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단번에 수잔의 목소리임을 알았다.


덕진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수잔의 옷가지, 물건들이 온 바닥에 흐트러졌고,


수잔의 아빠 드미트리 씨는  창가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수잔은 헝클어진 머리로 덕진을 보자 


울면서 달려갔다.



덕진이 들어온 것을 눈치챈 


수잔의 엄마 마리아는 덕진을 보고 


다시, 수잔에게 소리쳤다


‘거긴 절대 안돼!, 넌 우리 가족을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구나’


수잔은 울면서 외쳤다. 


‘그럼 이 아이는 고아로 살란 얘기야?’


덕진은 깨진 유리그릇을 주워 쓰레기통에 담았다.


손에 긁혀 피가 났지만 덕진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1961년 2월 중순]



눈이 많이 내려, 걷기가 힘든 날이었다.


덕진은 빵과 우유를 사서, 차를 타고 외진 도로를 달렸다.


시골의 외진 창고에 도착한 덕진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유진은 그곳에 숨어서 망명을 신청한 


장옥임과 미켈에게 빵과 우유를 주었다.


미켈을 우유를 데우기 위해 땔감을 모았다.


옥임과 덕진은 아침을 준비하는 미켈을 남겨두고


잠시 담배를 피웠다.


‘춥진 않니?’ ‘ 괜찮다. 자강도에 비하면 이건 겨울도 아니지, 미켈을 기침소리가 점점 심해져’


‘이거  약짓는 동무에게 빌렸다’ 옥임은 약을 받아 주머니에 넣는다


‘신청은?’ ‘벌써 5차례는 했는데, 쉽지 않다. 당에서 벌써 손을 쓴 모양이야’


‘…… 그래도 계속 해봐야지, 다른 나라도 있잖니’ ‘그래 계속 해봐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춥다. 들어가자’


미켈을 벌써 빵과 따뜻한 우유를 데워 놓았다.


옥임에 옆에 앉아서 거친 기침을 하면서 빵을 적셔 먹는다.





덕진은 차에 타서 인사를 한다.


옥임과 미켈은 손짓을 하다가, 씽긋 웃는다.


덕진은 작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



덕진이 큰길가로 나올 때…


뒤에서 덕진을 부르는 소리에 깬다.


차를 세우는 덕진


뒤에서 옥임이 따라왔다.


‘뭔 일이가’ ‘네 머플러 놓고 갔다’

‘됐다. 미켈이나 잘 돌봐주라’

‘데려다 주디?’ 덕진아’

‘와?’ ‘네 기억나네?, 우리가 처음에 평양에서 만났을 때. 말이지’





[1958년 4월]


평양 김일성대학 광장


거대한 김일성 동상 앞에서 17-18세 청년들이 사열하고 있다.


‘진짜 수령동무는 왜 아니오시니’


‘조용히 하라우, 내래 그리 쉽게 수령동무를 만날 수 있을꺼라 생각했네?’’


‘맞다’


둘은 멋쩍어 웃는다.


‘니는 뭐 공부했니? ‘수학’ 


‘니는’ ‘화학이라’


거 조용히 하라우! 누가 떠드네?


둘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앞을 바라보고



[1961년 2월 중순]


‘그 땐, 우리 둘다 까까머리에 촌놈들이었다’


‘그래 맞다.’


‘덕진아… 다음에 올때는 그 약 갔다 주면 안되겠나?’


‘너 이자식 아직도 그 정신 못 차렸네?, 또 한 번 그 소리하면 다시 보지 말자우’


‘…… 아니다. 덕진아. 미켈은 북에 갈 수도, 여기 남을 수도 없어.’


덕진은 옥임을 바라보며 씩씩거리는 숨을 거둔다.


‘괜찮다. 후회없다.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승인 허락 날꺼다. 기다려라, 사내녀석이 맘 약해져서 누굴 책임지네, 나 간다. 다음 주에 보자’


덕진은 옥임을 남겨두고 차를 몬다.



집에 돌아온 덕진은 


수잔과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인사를 한다.


수잔은 덕진의 하루를 묻고 


학교 연구실에 베른하르트 교수를 만나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1961년 3월 초]


깜깜한 밤


수잔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자다 깬 수잔과 덕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이든 동양인.


덕진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외투를 찾눈다


‘옥임이랑 미켈이 학교로 돌아왔다’


‘정말? 언제? 오늘 왔대?’


‘응. 지금 연구실에 있대, 가봐야겠어?’


‘낼 아침에 가면 안돼? 조금만 있으면 아침인데?’


‘응. 지금가야해, 둘다 숨을 끊었대’


수잔이 미처 말하기 전에


덕진은 방을 빠져 나갔다.





[1960년 8월]


음악이 울려퍼지고, 앳 땐 17세,18세 금발, 흑발의 소녀들이 


스탠드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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